중국 경제학자 류쥔러의 "뽕나무 재배와 양잠"이라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빈곤 비즈니스'…"외국 대부업체 놀이터 된 한국"이라는 기사와 큰 연관이 있는 이야기이다.
옛날, 한 대국의 황제가 외출복은 반드시 비단옷을 입으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고는 온 나라에 곡식만을 심고 뽕나무는 절대 심지 못하게
했다. 이 나라의 비단값은 천청부지로 뛰어올랏다. 이를 본 이웃의 소국들은 곡식은 제쳐두고 뽕나무만 심어 양잠을 했고, 비단실을
팔아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몇 년 후 황제는 반대로 무명못만 입고 이웃나라에 절대 곡식을 팔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 이웃 나라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대국의 황제는 이웃 나라에 지불했던 돈을 손쉽게 다시 벌어올 수 있게되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외환을 조건으로 한국의 금융과 관련한 규제들을 모두 완화할 것을 요구해, 1997년 사실상 모두 폐지가
되었으며 1998년에는 25%로 이자상한을 제한하던 이자제한법 마저 폐지되게 되었다. 또 하나 요구했던 것은 노동력 유연화였는데,
그것의 본질은 자본이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고용과 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빈곤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손쉽게 발급 가능한 신용카드로 생활하게 된 것은, 노동유연화와 관계가 깊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신용카드와 고금리 정책으로 민중들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빈곤과 채무가 악순환되는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 결과, 부실채권이
증가하자 2002년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시켰고 신용불량자는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는 결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위에서 언급한 "뽕나무 재배와 양잠"에서 보여주는 결과와 일맥 상통한다.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은 도덕적 불감증자가 아니다. 간교한 뽕나무 정책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놀아난 무능한 국가 정치인들이 만든 숫자들인 것이다. 대다수 채무를 진 사람들의 이유는
생계비다. 법원과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자금, 주거비 마련, 병원비 마련, 생계비 등 이 대부분이다.
IMF 외환위기는 부실하게 경영해 온 금융사들이 만든 상황임에도 정부는 1997년 이후 10년 동안 이들에게 167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였고, 게다가 회수율이 50% 정도에 그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또다시 이들에게 4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신못차리고 단일화 타령이나 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원래부터 속이 좋은 것인지, 지독한 바보들인지 알쏭달쏭하다. 우리는 지금 OECD최고의 자살률을 보이고, 최고의 가정 해체율을 보이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는 성경같은데만 있는 게 아니다.